**12월**
-긴.씀 <남현우 회원>-
“백 년쯤 뒤에 그때 마지막 키스를 해줄게. 그때까진 내내 같이 있자.”이 문장은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대사라 그런지, 읽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오래도록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겨울 내내 품고 다닐 작은 난로 같은 문장.이 소설은 그런 문장들로 가득하다.
북현리의 겨울 풍경처럼 고요하고, 굿나잇 책방의 노란 불빛처럼 은은하게 마음을 감싸는 이야기. 도시에서 지쳐 돌아온 해원은 고향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오히려 조금씩 숨을 돌리기 시작한다. 책방을 운영하는 은섭과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천천히 녹아내린다.말수가 적고 조용하지만 오래전부터 해원을 마음에 품어온 은섭의 따뜻함은, 눈 덮인 마을에 스며드는 햇살처럼 잔잔하게 번져간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북현리의 겨울은 그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져 주었다. 책방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들, 찻집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들, 그리고 서로를 향해 아주 천천히 열리는 마음들.그 모든 순간이 쌓여 결국 해원과 은섭은 서로에게 머물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그 마지막 문장이 더 깊게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함께하자는 약속,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마음을 담은 다짐.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꼭 이런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날씨가 좋으면 찾아갈게. 아니, 날씨가 좋지 않아도… 너라면 찾아갈게.”이런 정서가 한가득 담긴 바구니를 선물 하고 싶다.
-단.씀 <남현우 회원>
달팽이
<남현우>
왜 달팽이고 하였더니
달을 팽이속에 감추고 다녔더랬다.
혹여나 누가 빼앗아 갈까봐
혹여 누가 훔쳐 갈까봐
속에 꽁꽁 숨겨 두고서
평생을 품고 다닌다.
달팽이가 품은
그 달을아즉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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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단.씀 베스트 시>
바다에서 오는 마차- 김정희
딸랑딸랑
바다에서 마차가 오나보다
비릿한 내음 가득한
바닷바람 싣고 달려온다
파란바다 뭉게구름
끼륵끼륵 갈매기 하얀파도
산골 소녀는 오늘도 기다린다
딸랑딸랑
바닷가로 마차가 가나보다
솔방울 내음 가득 싣고
꽃바람 품은채 달려간다
푸른숲속 아침이슬
반짝반짝 반딧불 맴도는
메아리바닷가 소녀는 오늘도
기다린다
-1월 긴.씀 우수 글 <김미영 회원>-

오늘은 Past Lives를 겟 해왔다.
추천해준 분이 영화를 먼저 보고 각본집을 읽어보라고 했다.
이 영화를 아는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꽤 단순하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해성과 나영(노라). 나영의 이민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 ‘보고 싶다,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20대에는 잠시 화상통화로, 30대에는 또 한 번 짧게 만난다. 그 만남은 연애라기보다는 “반갑다, 친구야”에 가깝다. 노라는 뉴욕에서의 삶을 이어가고, 해성과의 만남은 휴가 중 스쳐 지나가는 정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아쉽고, 쓸쓸하고, 슬프다.
인연이란 무엇일까.
전생의 어떤 만남이 지금의 ‘나’를 살게 만드는 걸까.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은 가족들로 인한 인연 말고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저 원수 같은 사람들. 내가 전생에 무슨 악덕을 쌓았길래, 싶어질 때도 있고.)아쉬움이라는 감정은 결국 이루지 못함, 결실을 맺지 못함에서 오는 건 아닐까.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아프지만 체념하는 방식으로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 그럼에도 이 무수한 인연 속에서 지금의 우리 가족을 만났다는 사실에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원수처럼 생각해 왔다는 건, 내가 너무 교만했던 건 아닐까. 소중함을 스스로 놓아버린 건 아닐까.
어쩌면 이 영화 속 인연은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는 관계가 아니라, 새가 나무 가지에 잠시 앉아쉬었다 떠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로 원수였을 수도 있고.그럼에도 다시 만나야 했다면 그 관계를 붙잡으라는 뜻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라는 의미였을까. 후회하지 말고 지금의 삶을 살라는.자식과의 인연을 떠올려 보면 전생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사랑으로 보듬고 싶어진다.
PAST LIVES.지난 생의 인연은 현재를 더 소중히 살라는 깊은 뜻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