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Dec
29Dec

“백 년쯤 뒤에 그때 마지막 키스를 해줄게. 그때까진 내내 같이 있자.”
이 문장은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대사라 그런지, 읽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오래도록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겨울 내내 품고 다닐 작은 난로 같은 문장.이 소설은 그런 문장들로 가득하다.

북현리의 겨울 풍경처럼 고요하고, 굿나잇 책방의 노란 불빛처럼 은은하게 마음을 감싸는 이야기. 도시에서 지쳐 돌아온 해원은 고향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오히려 조금씩 숨을 돌리기 시작한다. 책방을 운영하는 은섭과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천천히 녹아내린다.말수가 적고 조용하지만 오래전부터 해원을 마음에 품어온 은섭의 따뜻함은, 눈 덮인 마을에 스며드는 햇살처럼 잔잔하게 번져간다.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북현리의 겨울은 그 상처를 조용히 어루만져 주었다. 책방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들, 찻집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들, 그리고 서로를 향해 아주 천천히 열리는 마음들.그 모든 순간이 쌓여 결국 해원과 은섭은 서로에게 머물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그 마지막 문장이 더 깊게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함께하자는 약속,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마음을 담은 다짐.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꼭 이런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날씨가 좋으면 찾아갈게. 아니, 날씨가 좋지 않아도… 너라면 찾아갈게.”이런 정서가 한가득 담긴 바구니를 선물 하고 싶다.


이 글은 <긴씀> 운영리더님이 선정한 12월의 우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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